바람 불면 바람 부는 대로
그렇게 흔들리리라
비가 오면 비에 젖어보고
넘어지면 다시 일어나
걸어가리라
세월은 그 자리 그대로인데
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
돌아보아도 그 자리
눈을 감아도 그때 그 자리
변한 건 없건만
나는 늙어만 간다
세상에 나 혼자 내버려둔 것처럼
외로울 때가 있다
별을 봐도 아름답지 않고
꽃을 봐도 향기가 없을 때
세상에 우두커니 나 혼자
버려진 것처럼 허무할 때
나는 눈물이 난다
그래,
내가 울 수 있다는 건 다시
시작하겠다는 말이다
지지 않는 꽃이 어디 있으랴
떨어진 꽃이 썩어 거름이
되어 다시 꽃이 피듯이
나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
그렇게 걸어가리라
나 그렇게 눈물 속에 다시 피어보리라
바람아 불어다오
청춘을 잡을 수만 있다면
바람 앞에 촛불이 될지라도
세상의 울타리에서 꺼지지 않는 촛불이 되리니
나 늙어감에 서럽지 않다면
바람 부는 대로 그렇게 걸어가리라
천준집 시인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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